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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성찰/관찰일지

어떤 휴가, 6/1-6/3

자유  2020. 6. 3. 19:25

작년 12월, 올해 1월, 

두 번의 해외출장 및 야근으로 인해 보상휴가가 많이 쌓였다. 

(우리회사는 초과근무 수당을 돈으로 안주고 휴가로 준다)

 

그래서 그동안 야금야금 보상휴가로 휴가를 가는 바람에,

+ 코로나로 인해 여행 계획도 세울수도 없어서 

연차휴가를 하루도 못썼었다.

 

마침 6월 초, 우리팀에 일이 없기도 하고,

6월 둘째주로 예정되었던 연수가 코로나로 취소되어서 

그냥 1-3일 휴가를 쓰기로 하였다. 

 

항상 휴가는, 무언가 일이 있을 때만 쓴다거나,

아니면 별도의(특히 여행) 계획이 있다거나, 할때 썼던 나였기에

이번 휴가는 나에게 더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6월 1일.

 

오전에 건강검진을 갔다.

항상 건강검진 휴가는, 쓰고 하루 종일 놀고 싶어서,

오전 7시 타임을 했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여유있게 9시로 예약을 잡았다.

 

건강검진 휴가를 이렇게 쓰는 것도 처음이라,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츄리닝 차림으로 버스에 내 몸을 맡기며

그렇게 여유롭게 12시까지 건강검진을 마쳤다.

 

근사한 브런치 카페를 갈까도 했지만 

이내 귀찮아져서 선택한 청계천의 "코너비" 

 

아메리카노와 카야토스를 시켜서 창가에서 앉아 먹으면서

독서통신연수로 선택했던 책인 "The truth, 부서진 삶의 위안"을 읽는데

너무너무 행복했다.

 

 

 

카야토스트도 처음먹어봤는데 정말정말 맛있었고,

책 내용도 참 좋았다.

 

 

책을 절반정도 읽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청계천을 잠깐 걸었다.

 

 

ㅠㅠ 사람 없는 청계천... 이렇게 예쁘고 좋을 수가.

 

 

그렇게 걷다가,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며,

어느덧 롯데백화점 앞에서 202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가 저녁은 신촌 고삼이(예전 털보고된이)

 

 

6월 2일.

 

매일 출근하는 소월길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다.

"누시"라는, 겹겹이 쌓인 시간, 이라는 뜻의,  

저녁 6시면 문을 닫는 영업정신이 없는(?) 카페.

 

코로나때 자체 문을 닫는것도, 저녁 6시면 문을 닫는것도,

맘에 들어서

 

드디어 방문.

 

 

아보카도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오전에 가서 브런치 먹으면서 노트북좀 하다가 책 읽고 있었는데,

역시 12시가 되니 주변 직장인들이 바글바글.

 

근데 이렇게 창가자리는 카운터랑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사람이 많은 게 나는 더 좋았다.

 

2시정도까지 노닥노닥 놀다가, 저녁에 만날 승희언니와 미남이 주려고 

비스코티&파이에서 빵과 과자류를 사서 집에 갔다가,

 

4시에 걸어서 승희언니네 작업실로 갔다.

 

 

승희언니,

정말 멋있다. 나도 나이 들면 승희언니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니가 찍은 사진을 책자로 만들었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나의 기록을 잘 남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핸드폰 탓 하면서(화질 낮은 샤오미) 

사진도 잘 안찍고 그랬는데.

 

예쁘게 사진 찍어서 저렇게 추억을 남기면,

지난 날 돌아봤을때 얼마나 좋을까.

 

 

삼각지에 있는 언니네 작업실을 한참을 구경하다, 

용산역 근처 차돌박이 집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언니네 집 근처 이촌동에서 맥주.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고맙습니다. 

 

 

6월 3일, 오늘.

 

오늘은 아무 계획이 없었다.

휴가를 쓰고 이런 날은 처음이다.

 

새벽에 눈을 떴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언니가 사준 책을 읽고 싶어서, 바로 오페뜨로 달려갔다.

 

새로생긴 카페 모듈러를 갈까도 했는데,

그냥 맘편하게 책을 읽고 싶었다.

 

"혼자가 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책인데,

나를 감싸안아주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언니가 사준 책이라는게, 마음이 따뜻해서,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던 것 같다.

 

 

오전 내내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언니가 사준 두 번째 책인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들고

남산을 올랐다.

 

 

항상 가는 길이지만 

오늘따라 더 싱그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참 나도 여유없이 달려오기만 했었던 것 같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남산타워 버거집에서,

버거는 배불러서 결국 안시키고 츄러스 1개와 남산 페일에일.

 

손님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나오고,

언니가 사 준 책을 순식간에 다 읽어내려갔다.

 

예전같았으면 이런 책들 볼 생각도 안했을텐데,

언니 정말 고마워.

 

 

그렇게 책을 다 읽고,

옛날 우연히 발견했던 하얏트 근처 남산 산책길이 생각나서 무작정 또 걸었다.

 

 

 

걷는데 정말 행복했다.

따사로운 햇살,

여유.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만 같은 지금.

 

내가 나를 얼마나 혹사시키고 있었는지,

다시 나를 되돌아보게 된 어떤 오후.

 

그렇게 자연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지금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회사 일을 시작하고 정말 처음으로,

 

아무 계획 없이 휴가를 3일을 썼다.

 

 

내가 얼마나 미친듯이 바쁘게만 살아왔던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여유가 없이 살아왔던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던 너무나도 소중했던 3일 이었다.

 

이 모든 것을 알게 해준 

주변의 좋은 분들께 감사하며,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하루를 묵묵히 살아나가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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