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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성찰/관찰일지

발리에서의 한 달의 휴가, 그리고 코로나

자유  2022. 7. 29. 22:03

누구라도 들으면 부러워할만한 발리에서의 한 달.

왜였을까? 그간 일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 조용히 나의 전문분야를 찾고 싶은 마음..?

 

한국에서는 그게 안 될 것 같았다. 익숙했던 공간에서 익숙했던 사람들과 익숙했던 일상을 이어나갈 것 같아서. 휴양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은 여행이었다. 행선지가 발리였을 뿐. (그리고 발리를 고른 이유는 흔하지 않은 7월에 가기 좋은 여행지여서였다.)

 

첫 2주는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그래도 짬짬히 우리 둘다 각자의 할일을 하려 했었다. 남자친구도 8월까지 논문을 마무리해야했고, 나도 하고싶은 분야를 차분히 탐색해보고 싶었었고.

 

하지만 예상했듯 같이 떠난 첫 해외여행 + 둘다 처음 가보는 국가 + 호기심 발동으로 2주 정도는 돌아다니고, 함께 즐기고, 중간중간 책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 홀로 있었던 열흘. 우붓에서 한 숙소에 쭉 있는데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예전엔 이렇게 겁이 많지 않았는데 세상의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니 왜 더 소심해졌을까. 다행히 요가반이 근처에 있어서 매일 요가를 가면서 어느정도 루틴을 잡을 수 있었고, 근처 이런저런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관심 분야에 대한 webinar도 듣고, 책도 읽고, 자료조사를 했다.

 

그러다가 나의 소중한 친구가 나와 마지막 2주를 보내러 발리에 온 순간, 몸이 이상하게 피곤하고 목이 아프다 했더니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우리는 각 호텔을 쓰게 되었고, 같이 가려고 했던 액티비티 투어 모두 친구 혼자 가게 되었다.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너무너무 미안했다. 

 

남일같기만 했던 코로나가 나에게 닥치다니, 그것도 발리에서. 세상 일이 항상 내 마음처럼 안된다는걸,

건강 조심하라는 말이 있지만 건강을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게 아니라는 걸, 

점점 더 세상살이에 처연해 지는 것일까..?

 

확진 첫 이틀은 너무 아파서 책이나 드라마를 보고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누워만 있었다. 목이 너무 아파서 친구가 가져온 인스턴트 누룽지를 먹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식욕도 없어서, 나으려고 밥을 억지로 먹긴 했는데 먹을게 없어서 처음에는 인도네시안 인스턴트 죽, 면같은걸 먹었다. 정말 맛이 없었다..

 

셋째날부터 컨디션이 조금 좋아졌지만 여전히 목은 아프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아-"하는 걸걸한 목소리가 최대치다. 남자친구는 재밌는지 자꾸 웃는다.ㅋㅋ 나도 이 모습을 기억해두려 영상에 담아 보았다. 나중에 보면 이것도 추억이겠지.

 

내일은 꼭 테스트기에 한 줄만 뜨길. 그래서 우리 친구와 함께 꼭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그리고, 혼자 하는 여행이 오래되다보니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았다.

밥먹는것도 부실해지고, 익숙해지다보니 몰랐던 것들을 점점 알게되서 그럴까..? 문득 한국에 혼자 와 있는 우리 외국인 상사님이 생각났다. 낯선 곳에 홀로 와서 지내기 얼마나 불편했을까..? 예전에는 마냥 외국살이를 동경해왔는데, 장단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나도 변한게 아닐까. 예전에는 한식 없어도 됐는데, 지금은 한식이 그립다. 특히 아프니까 인도네시아 음식 말고 한식, 죽, 된장찌개, 미역국, ....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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